IT기업에서 HR은 왜 중요한가?
Facebook이나 Google과 같은 글로벌 IT기업 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일지라도 자신만의 특색을 갖춘 기업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출퇴근이 자유롭거나,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팀을 지원해서 업무를 선택할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회기여(CSR)가 기업문화의 일부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문화의 본체는 채용되는 과정부터 업무 배정, 근무 환경과 협업, 역량개발, 평과, 승진, 퇴직에 이르는 이 모든 LifeCycle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특히, IT기업에서 HR이 기업문화의 대변자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설비’와 ‘자재’, ‘품질’ 등이 중요시되는 제조업과 달리 ‘사람’이 차별화되는 기술역량의 실체이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설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대한 근거는 대기업들이 M&A를 통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가, 핵심 인력들이 이탈한 이후에 관련 사업을 포기했던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조직이 합쳐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 개성이 강한 개발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채용담당자, 글로벌 협업체계와 Agile이 중요시 되는 개발 프로세스를 모르는 근무환경 담당자, 상대평가와 금전적인 인센티브만으로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평가담당자까지… HR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IT기업은 사업 규모와 역량을 키워나갈 기회를 알아서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HR이 회사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이제 IT기업만의 일은 아닌 시대가 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왜냐구요? 이제 금융회사도 자기들은 IT회사이고, 의료기기제조회사도 자신들은 Tech 기업이고, 커피만드는 회사도 지식기반회사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HR이 Agile한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ING는 ‘ING’s Agile Transformation’ 의 매킨지 리포트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5년 본사 직원 3,500명을 중심으로 조직을 Agile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활동을 추진했습니다. ING는 ‘금융 기반의 IT기술회사’가 자신들이 가야 할 방향임을 알았고, 이어 Google이나 Netfilx, Spotify와 같은 IT기업을 방문/벤치마킹하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Google의 같이 일할 사람을 직접 선택하고 거부할 수 있는 Peer-to-Peer 채용방식부터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이 없이 협업할 수 있는 문화, 2~3주만에 측정되고 변경되는 목표관리방법을 보면서, IT조직을 시작으로 전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죠. 그래서, ING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Agile한 변화에 대해 알리고, Tribe와 Squad로 구성된 조직으로 변화했습니다. 실제 이 변화과정에서 모든 직원들에게 새로운 직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40%의 인력이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변화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기도 했을 겁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서 ING는 새로운 상품 출시의 시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분기 단위로 회사의 전략방향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왜 전통적인 기업이 Agile을 적용할까 하는 점이 아니라, 왜 조직의 구성부터 바꾸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Agile의 핵심은 지속적인 개선과 측정을 위한 프로세스가 아니라, Agile의 철학과 가치관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새로운 시도와 실패가 장려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이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조직’이 바뀌어야 할 수 밖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직을 바꾼다 해도 ‘조직문화’가 이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자리바꿈’ 밖에는 될 수 없죠. 그래서, ING는 Agile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본사 직원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Agile한 프로세스는 1~2주 안에도 새로운 의사결정과 실패 공유, 신규 투자 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비즈니스상 중요한 의사결정도 반 년 이상 걸리던 것이 1달도 안되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HR은 기본적으로 채용제도 변화는 3년 단위로,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는 2년 단위로 변경되고 가장 짧은 프로세스 혁신활동도 1년 미만의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죠. 조직의 Agile한 변화를 HR은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HR이 ‘조직문화’를 대변하고, HR이 IT기업의 핵심경쟁력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HR은 결국 조직 전체의 혁신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겁니다.